샤콘느를 들으니 두가지가 떠오른다. 샤콘느


낭만파 음악같이 감미롭지 않은, 저 무뚝뚝한 바흐 선율을 왜 이리 좋아하는지.... 난 가끔씩가다 놀라곤 한다.

특히나 샤콘느를 떠올리니 두가지가 뇌리를 흐른다. 하나는 세링의 샤콘느를 기가막히게 감식해내던 백구 사건이요. 둘은 샤콘느 해석의 두가지 큰 해석의 존재를 나름대로 규명했다는 것이다....

바흐를 많이 듣다보니 우리 집 개 한마리도 샤콘느를 울부짖으며 따라한 적이 있었다. 바이올린이 울리기만 하면 늑대 소리를 내며 같이 노래하던 그 백구 한놈이 갑자기 생각난다.

유달리 셰링을 좋아하는 터라 셰링을 정말 많이 들었는데, 그 백구란 놈도 마찬가지였었다. 딴 연주가의 연주는 콧 방귀도 안뀌고, 오로지 셰링. 수많은 다른 음악가의 연주엔 가만히 있다가 셰링만 틀면 구슬피 울부짖던 그 백구..... 난 개의 귀가 그렇게 민감하다는 사실은 그 때 처음 알았다. 셰링의 샤콘느만 좋아하던 그 백구를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개가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을 이 때 했었다. 물론 그 개는 벌써 가마솥에서 죽어 다른 사람에게 흡수되었겠지만.......

사실 셰링의 무반주를 이야기하자면, 참으로 할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셰링의 강점은 현을 균질적으로 소리나게 하는 보잉의 절묘한 운용아닐까 생각한다. 마치 오르간을 연주하는 것 같이 바이얼린을 연주하는 그 출중한 능력이 아마도 그의 바흐를 가장 어필하게 하는 지도 모르겠다. 다소 보수적인 분위기와 굳은 표정, 담담한 음악어조, 거기다가 음질에서 풍겨나는 점착적인 맛..... 그 끈적이는 맛이란 참으로 귀를 홀리는 면이 있다. 맑은 톤을 유지하면서 그렇게 달라붙는 음색을 연주해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 톤 퀄리티를 보면 코간의 맑음과 강온의 대비를 이룰 정도로 탁월한 보잉감각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샤콘느 107마디이하 8마디의 아르페지오의 탁월한 선택은 어떻던가? 이 쇼킹하고 오르가즘적인 느낌의 변주 부분은 샤콘느의 전체 분위기를 새롭게 하는 면이 있을 정도로 드라마틱한 부분이다. 사실 이 부분의 독특한 탈아르페지오를 지향하는 해석은 같은 버전을 사용한 밀스타인의 초절한 해석도 아름답다.

근데 재미있는 것은 곡을 연주하는 바이얼리니스트들은 정작 이런 셰링 식의 연주 방식(해석판의 차이)이 존재하는 지를 모르는 이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필자가 과거 이 부분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바이얼리니스트에게 문의 해봐도 그런 것도 있냐 식이었다....국내 연주가 중에서도 이런 바이얼린 해석판을 연주하는 이가 많아 져야 할 것이다...... 아직은 한 분도 못보았다.(많지 않은 표본이지만) 이 부분은 내가 바흐를 들으면서 한 가장 큰 발견 아닐까 생각한다. 단순한 음악감상자의 위치를 넘어 연주가에게 영향을 미치는 걸로 말이다. 해당 부분의 채보악보를 바이얼리니스트에게 드렸더니 연주에 도움이 되는 좋은 정보라고 고맙다는 칭찬을 하셨다.... 나는 다른 기타리스트에게도 그 악보를 주었다.....

음악을 감상하는 이에 불과하지만, 정작 연주가도 발견하지 못한 해석판의 차이를 발견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서......
 
사실 연주가는 자기 연주하느라 바빠 공부하는 악보만을 보는 제약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어떨 수 없을 것이다. 최근의 두 천재 여류 바이얼리니스트인 힐러리 한과 율리아 피셔를 동시에 봐도 그렇다. 힐러리 한은 더욱 보편적인 다른 해석판을 연주하고 있다. 반면 율리아 피셔는 셰링 식의 연주 패턴을 들려준다. 필자의 생각이지만, 이 둘은 애당초 공부한 악보가 달랐으리라 생각한다.(BACH2138)